2018년 3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서
'세계 생활비(Worldwide Cost of Living)'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서울은 도시 물가 순위에서 세게 주요 도시 133곳 중 6위에 올랐습니다. 싱가포르가 1위,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취리히가 공동 2위, 홍콩이 4위이며,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는 10위권 밖입니다.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도시들과 비교해 서울의 물가도 만만치 않은 것이죠.
물가는 오르는데 왜 월급은 그대로일까?
서울 시민들의 삶의 질은 갈수록 낮아졌습니다.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가 세계 주요 도시 230곳의 외국 주재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삶의 질 순위에서, 그간 70~80위권을 유지하던 서울은 2016년 처음으로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나 115위를 기록합니다.
만약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임금이 같이 올랐다면 좀 나았을 텐데요, 최저임금 상승률은 지난 10년간 단 한 차례(2007년 12.3%)만 10% 이상 올랐을 뿐 계속 한 자릿수 상승에 그쳤습니다. 물론 2018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0%대를 넘어 16.4%를 기록했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직 사회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대기업의 성적표는 우수합니다. 수출은 각국의 보호무역 분위기에도 호조를 보였고, 주식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월급의 한계선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은 한 나라 안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화폐 단위로 합산한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을 가늠할 때 GDP를 사용하는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인당 GDP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3만 2,775달러(약 3,600만 원)로 29위를 차지했습니다. 상위권 순위를 살펴보면 일본이 4만 849달러(약 4,500만 원)로 23위를, 독일이 5만 842달러(약 5,600만 원)로 16위를, 미국이 6만 2,152달러(약 6,900만 원)로 8위 를, 룩셈부르크가 12만 61달러(약 1억 3천만 원)로 1위를 차지했네요. 조사 결과만 보면 우리나라도 곧 1인당 GDP 3만 달러(약 3,400만 원)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국민의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GDP는 갈수록 상승하는데 우리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계속 제자리에 서 있거나 오히려 뒤처지는 듯합니다. 왜 우리는 월급을 이것밖에 받지 못할까요? 우리가 일하는 기업은 나날이 성장하는데 말이죠.
일각에서는 1인당 GDP는 단순히 국내총생산을 국민 수로 나눈 것이어서 각 계층에 소득이 얼마나 분배되었는지 보여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말처럼 분명히 1인당 GDP의 측정 방법에도 한계가 있지만, 임금수준이 기업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기업의 이윤 추구입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적 집단이므로, 노동자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 가격에 이윤을 반영합니다. 그리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익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죠. 이때 기업이 최소화하려는 비용에 노동자의 임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 삶의 질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떨어지는 것이죠.
임금을 줄이거나 생산성을 높이거나
기업의 이윤 추구 과정을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비용을 줄이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생산 비용을 줄이려면 단위 노동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단위 노동비용이란, 상품 1개를 만들 때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돈입니다. 단위 노동비용을 한 달 동안 모아서 받는 것이 바로 월급이라는 것이죠.
단위 노동비용을 줄이는 데는 임금을 줄이는 방법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고용주는 임금을 동결하거나 기업 고유의 업무를 외부로 돌려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줄입니다. 그렇지만 고용주가 직접 임금을 줄이는 방법에는 한계가 잇습니다. 고용주가 임금을 줄일수록 노동자는 살기 힘들어지므로,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결성해 고용주의 결정에 대항하고 정부는 최저임금 제도를 두어 고용주가 무분별하게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임금을 줄이지 못한 고용주는 생산성을 높여 임금 하락 효과를 거두려고 합니다. 생산성은 노동강도와 업무 효율성에 좌우됩니다. 고용주는 점심시간과 휴식시간, 근무 중 낭비되는 시간, 심지어 휴일까지 줄여가면서 노동강도를 높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근무 환경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심지어 안전까지 위협해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치기 십상이죠.
업무 효율성은 성격이 좀 복잡합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흔히 고용주와 노동자에게 모두 이롭기만 한 것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제조회사에서는 작업 동선을 최적화하거나 새로운 장비를 구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개인은 IT 신제품을 구매하거나 최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업무 속도를 향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나쁠 것이 없죠.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생산성 향상과 인공지능이 월급에 실제로 위협이 될 지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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