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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경제학] 왜 경제적으로 생각해야 하는가

by voogle 2023. 5. 30.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는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로마의 정치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누가 이득을 보는가?”라는 질문을 인용해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라고 주장합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지 정할 때 결국은 정치적·도덕적 기준으로 결단을 내린다는 것이죠. 개인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키케로의 질문을 살짝 비틀어보죠. 여러분은 이득을 보고 있나요?


이득과 손해는 반드시 우리 앞으로 밀려옵니다. 아무 선택을 하지 않아도 그에 따르는 결과를 피할 수 없죠. ‘선택하지 않음’도 일종의 선택이니까요. 그렇다면 남은 건 합리적 선택을 하는 길뿐인데, 다행히도 경제학에서는 오랜 시간 합리적 선택을 돕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입니다.

 

포기의 가치 기회비용

 

기회비용은 선택하지 않은 것 중에서 가장 큰 가치의 비용을 말합니다. 직장인 김 씨는 재테크 투자 상담을 받고 고민에 빠집니다. 상담사는 그에게 ① 연 수익 20%의 부동산 투자, ② 연 수익 10%의 주식형 펀드, ③ 연 수익 5%의 채권 투자를 제안합니다. 이 중에서 김 씨는 부동산 투자를 선택했죠. 이때 기회비용은 선택하지 않은 주식형 펀드와 채권 투자 중에서 더 큰 가치를 가진 ‘② 주식형 펀드 연 수익 10%’가 됩니다.


기업은 연구개발, 시설 증설, 마케팅 확대 등 여러 선택지를 펼쳐놓고 여유 자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합니다. 만약 여유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면 기업은 시설을 증설해 기존 제품의 판매를 늘려 수익을 확대하는 것보다 신제품을 출시해 늘어나는 수익 규모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건소에서는 매년 65세 이상 국민에게 페렴구균을 무료로 예방접종합니다. 무료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접종하지 않아서 생기는 손해보다 크기 때문에, 매년 거액의 예산을 책정하는 것이죠. 물론 정부의 무료 접종에 경제적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무료 예방접종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면 정부는 무료 접종 대신에 다른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기회비용은 이렇게 경제 행위를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입니다.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이 적을수록 합리적 선택이라고 합니다. 사실 기회비용을 계산하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우리가 포기한 가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명시적 기회비용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명시적 비용은 다른 사람의 재화와 서비스를 사용한 대가로 현금을 직접 지불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죠. 반대로 암묵적 비용은 선택하지 않고 포기한 기회의 잠재적 비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연봉 3천만 원을 받던 직장인 김 씨가 직장을 그만둔 후 자기 돈 1억 원을 투자해 치킨집을 개업합니다. 이때 사람들은 연봉 3천만 원만 기회비용(명시

적 비용)으로 생각하는데, 여기엔 암묵적 비용의 규모도 상당합니다. 암묵적 비용에 포함되는 것으로 자유시간이 있습니다. 김 씨는 직장을 다닐 때 토요일과 일요일, 연간 15일의 유급휴가, 공휴일 등을 합쳐 1년 동안 130여 일의 자유시간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치킨집을 개업한 후에는 매주 하루만 가게를 쉬기 때문에 1년 동안 자유시간은 50여 일뿐입니다. 또 투자금 1억 원을 가게를 여는 데 쓰지 않고 은행에 맡겨두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예금이자 2%의 수익 200만 원도 암묵적 비용에 속합니다.


눈에 잘 보여서 잊을 수 없는 매몰비용 효과

 

기회비용은 잘 보이지 않아서 말썽을 일으키지만, 반대로 매몰비용은 너무 잘 보여서 말썽을 일으킵니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파묻어서(매몰)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본전이 생각나는 비용이죠.


1년 전 치킨집을 개업한 김 씨는 지난 한 해를 결산하고 나서 크게 실망했습니다. 적자 폭이 줄기는커녕 꾸준히 유지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가 내년에는 가게 운영비를 위해 빚을 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때마침 전 직장의 상사가 재입사를 권유합니다. 고민하던 김 씨는 재입사 권유를 물리치고 가게를 좀 더 해보기로 결정합니다. 임차료와 인테리어, 가게 운영비로 쓴 투자금 1억 원을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또 그간 확보한 단골도 잃고 싶지 않았고요.


이렇게 김 씨가 아깝게 여기는, 돌이킬 수 없는 돈이 바로 매몰비용입니다. 매몰비용 때문에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매몰비용 효과라고 하고요. 매몰비용 효과는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부와 기업도 매몰비용 효과에 얽매여 비합리적 선택을 하곤 합니다.

 

몇 년전 우리 정부의 핵심 공약인 탈(脫) 원전 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의 건설이 잠정 중단되자, 반대 측에서는 2조 6천억 원에 달하는 공사 중단 손실과 세계적 원전 기술의 사장이라는 매몰비용을 이야기합니다. 찬성 측에서는 원전 폐로 및 핵폐기물 처리 비용 등 가까운 미래에 치러야 할 손실이 매몰비용보다 많다고 주장합니다. 탈원전 정책은 정권 내내 사회적 합의를 위해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몰비용의 규모에 휘둘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포스팅에서는 물가는 오르는 데 왜 월급은 그대로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이윤 추구와 월급의 한계선은 얼마나 될지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