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물건을 보관하면 보관비를 내야 하지만, 은행에 돈을 보관하면 ‘이자’라는 돈을 더 줍니다. 요즘은 이자 받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옛날에는 돈을 보관할 때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했습니다. 특히 금, 은 등의 귀금속화폐를 사용한 시대에는 귀금속을 강도로부터 지키거나 도난·분실의 위험을 막는 대가로 보관료를 받는 일이 더 흔했죠. 자본주의 시장이 발달하면서부터 은행은 고객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금리의 탄생입니다.
금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은행이 돈을 맡긴 사람에게 금리라는 수익을 돌려줄 수 있었던 것은 맡은 돈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른 곳에 빌려준 뒤 수익을 냈기 때문입니다. 돈이 돈을 벌면서 마치 상품처럼 거래되자, 돈에도 수요와 공급이 생기고, 일종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금리가 형성됩니다. 금리는 자본가가 은행에 돈을 투자하고 은행이 그 투자금으로 창출한 수익을 자본가에게 되돌려줄 때 적용하는, 투자 원금 대비 기간당 이자의 비율을 말합니다. 즉 자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높을수록 은행에서 이자 수익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죠.
금리도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때 돈의 수요는 경기 상황에 좌우되죠. 경기가 좋으면 기업들은 시설을 확충하고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빌리려고 하는데요, 이렇게 돈의 수요가 증가하면 금리가 올라갑니다. 반대로 불경기에는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 돈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금리가 떨어집니다.
반면 돈의 공급은 주로 중앙은행*에서 결정합니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때에 따라 적절한 통화 정책을 써서 돈의 공급을 늘리거나 줄입니다. 금리가 높다고 판단되면 중앙은행은 금융 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해 본원통화의 공급을 늘리죠. 본원통화란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통화를 말하며, 국채를 매입한다는 것은 시장이 가지고 있던 채권을 국가가 거둬들이고 채권의 값만큼의 화폐를 시장에 되돌려준다는 의미입니다.
* 한 나라 금융 제도의 중심이 되는 은행. 화폐 발행과 통화신용정책의 수립 및 집행, 금융시스템의 안정, 은행의 은행, 정부의 은행, 지급결제제도의 운영·관리, 외화자산의 보유·운용, 은행 경영분석 및 검사, 경제조사 및 통계작성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은행을 말한다.
시장에 본원통화가 증가하면 개인이 보유한 현금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각 은행이 예금자의 인출 요구를 대비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예치해 두는 지급준비금도 늘어나 시장의 통화량이 증가합니다. 이렇게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값을 의미하는 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입니다. 돈의 공급이 증가하면 금리는 떨어지죠.
이와 같이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으로 달성하려는 목표가 되는 금리를 기준금리라고 부릅니다. 기준금리는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다른 금융기관과 환매조건부채권 매매, 대기성 여수신 등을 거래할 때 혹은 일반 금융기관끼리 거래할 때 기준이 되며 한국은행 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달 결정합니다.
중앙은행의 영향이 큰 시중금리
그렇다면 일반 은행들, 시장의 금리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물론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한국은행이 채권 매매나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 또는 재할인율* 등을 조절하면 통화량이나 물가, 시장금리(시중금리)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시중은행(상업은행)들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준금리를 토대로 각각 금리를 정하게 되고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금리도 올라가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금리도 떨어지게 됩니다.
*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대출해줄 경우에 적용되는 금리.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 빌려주는 자금의 금리를 조절해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물론 실제 시장에서 시중금리가 결정될 때는 기준금리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의 신용도입니다. 같은 돈을 빌려도 신용이 좋은 사람은 낮은 이자를 내고, 신용이 안 좋은 사람은 높은 이자를 내야 합니다. 신용뿐만 아니라 빌린 기간의 길고 짧음에 따라서도 이자율은 달라집니다.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이자는 개인보다는 금융기관 사이에서 거래되는 자금에 적용되는 일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단기금리는 거래 금액이 많고 신용도가 좋은 개인 및 금융회사가 1년 미만의 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이자율로, 금융회사 간의 거래에 적용되는 *콜금리, 판매자가 되사는 것을 조건으로 거래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Repurchasing Agreement)의 수익률, 무기명 예금증서인 양도성예금증서(CD, Certificate of Deposit) 수익률의 기준이 됩니다. 장기금리는 국채, 회사채, 금융채 등 1년 이상의 채권 수익률이 기준이 되며, 대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이자율이 높습니다.
( * 금융기관 간 영업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30일 이내 단기로 빌려주고 받는 것을 ‘콜’이라 하며, 이때 은행·보험·증권업자 간에 이뤄지는 초단기 대차(貸借)에 적용되는 금리를 ‘콜 금리’라고 한다.)
우리 생활 속 금리의 영향
정부와 각 금융기관들이 나서서 정하는 금리는 우리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엔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가 뉴스에 연일 오르내리는데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에 큰 짐이 된다고 합니다. 먼 나라 미국의 금리 인상 소식이 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끼칠까요?
다음 포스팅에서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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